2009년 3월 27일. 요즘 일상.

 

제대로 먹지 못하고, 먹어도 소화를 시키지 못하니 살은 자꾸 빠지고,

결혼하고 찌기만해서 걱정이었던 몸무게가 지금은 빠지기만해서 이젠 대학때 몸무게로 가고 있다.

 

몸이 그렇게 계속 힘들어지니 짜증도 느는 것 같고,

하루종일 서서 말해야 하는 일이 버겁고 힘에 부치더구나.

 

그래서 난 일을 그만두기로 했단다.

 

내 몸이 우당탕거리면서 니가 있음을 알리는 신호를 보내고 있지만,

아직은 니가 내 몸속에 자라고 있다는 것이 와닿지 않고, 믿어지지 않아서

엄마라는 호칭조차 선뜻 나오지 않지만,

 

니가 내 안에 자리잡고 있다는 건 분명한 사실인데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일하면서 밀려오는 짜증이 너에게 흡수되어버릴까

네 몸에 혹여나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까 걱정스런 마음도 크단다.

 

다들 태교를 한다고 좋은 음악과 좋은 책 좋은 전시를 찾아보고 한다는데

난 그게 가능하기는 커녕 고함소리에 파묻혀있고, 고함을 지르기도하고,

그렇게 지치고, 그런 일상에 찌들어 가니...

 

한달 후쯤으로 예상하고 있는데 그 땐 너도 나도 편안해져 있었으면 좋겠구나.

이렇게 봄이 오는 것처럼 내게 봄날도 오겠지?

 

 

 

봄을 기다리며

( 06년 3월에 봄을 기다리며 마우스로 그렸던 그림 )

 

 

 

 

 

 

 

 

 

 

 

 

 

 

 2009년 3월 21일 토요일 ( 임신 8주 4일 )


너를 확인하러 산부인과를 다녀 온 지 고작 2주가 지났을뿐인데

그 사이 넌 3배가 자라서 1.8cm라는구나.

여전히 작고 작아 내 손가락 한마디를 겨우 채울정도의 크기지만

0.5cm에 불과했던 네 입장에선 굉장한 폭풍 성장이구나.

  

임신8주

 

 

그 덕인지 난 너를 확인 할 수 있어서 아주 좋았단다.

네 머리가 어딘지 네 몸통과 팔다리가 생겼는지 그 모든 것을 확인 할 수 있었거든.

 

임신8주 심장박동


 

 

입덧으로 내가 잘 먹지 못 했고, 먹은 건 그나마 모두 입을 통해 밖으로 나와 버렸고,

먹지 않아도 그랬기 때문에 내 안에 있는 넌 괜찮을지 걱정스러웠는데...

이 전에 네 심장소리를 들었을 때도 그랬지만,

굳이 주치의 선생님이 말씀해주지 않아도 네 심장소리가 간격도 일정하고 건강하다는 것을

알 수 있어서 참 다행스러웠단다. 
 

임신 8주 초음파


 

 

보이니? 저기 조그마한 몸에 팔과 다리가 나와서 버둥대는 듯한 모습이~?

잠을 자고 있다 놀란 것인지 아니면 너를 보겠다고 초음파 기계로 배를 눌러대는 자극에 놀랐는지

한참을 달게 자다 깬 것 마냥 버둥거리는 네 모습은 마치 위제트나 대전 엑스포 마스코트 꿈돌이 같았단다.

(더 뒷 세대인 위제트도 모를 네가 꿈돌이를 알려는지 모르겠구나.)

 

임신8주 초음파


 

 

니가 내 몸에 같이 있다는 것이 익숙해질수록 내 몸 상태도 점점 예전보단 견딜만 해지고 있단다.

아직은 가만히 있어야만 견딜 수 있는 수준이라 여기서 좀 더 호전되면 좋겠지만 말야.

같이 노력해보자.

 

 

 

 

 

 

2009년 3월 7일 토요일

 

열심히 검색을 하고 또 해서 찾고 찾은

지금부터 네가 태어나는 그 날까지의 기록을 고스란히 담아 낼 병원을 다녀왔단다.

 

내 몸에 자리한지 6주 3일정도 되었다는 넌 0.5cm 라는구나.

 

임신 6주3일 초음파

임신 6주3일 크기

 

 

 

아직은 작은 세포 덩어리에 불과하다는데

신기하게도 네가 있는 걸 알리는 듯 심장이 뛰고 있더구나.

그것도 아주 커다란 소리로....

 

임신 6주3일 심장박동


 

 

 

콩알만한 니가 그곳에 자리하고 있다는게 신기하면서도

하루에 서너번씩 토하는 건 기본이고, 아무것도 먹을 수 없을 정도로 심하게 울렁거리는 속으로

네가 있음을 몸소 느끼는 난 안타깝게도 너무 힘들단다.

 

겨우겨우 출퇴근을 이어가고 있지만, 언제까지 가능할진 모르겠구나.

곧 괜찮아지겠지?

 

 

 

 

 

2009년 3월 3일 화요일

 

3월초였고, 또 봄이 왔다고들 했지만,

그날은 추웠고, 또 아직 녹지 않은 눈이 길 위에 널부러져 있던 때였어.

 

그 땐 미처 몰랐어.

추위를 많이 타지 않는 편인데, 그 당시 자주 춥다고 느꼈던 이유를.

나중에 알고 보니 네가 내게 왔기 때문이라고.

 

누구나 그렇다지 춥고, 어지럽기도 하고 그래서 감기로 착각하기도 하고,

 

그날 네 이모가 집으로 왔고,

그 당시 살던 곳에서 5분도 떨어지지 않은 산부인과를 찾았는데

겉에서 보기에도 허름했던 상가 건물은 안으로 들어가니 더 가관이었어.

 

진료실에서 전화통화로 사담을 나누는 의사의 우렁찬 목소리가 흘러나왔고,

간호사는 병원만큼이나 우울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고, 어쩜 난 그 날의 첫손님이었는지도 몰라.

 

기다림이 지루해질즈음에야 전화 통화를 끝낸 의사는 나를 진료실로 불러들였고,

들어가서 진료를 받으며 너를 확인했는데 그 때 난 너를 찾을 수 없었어.

다만 니가 살고 있다는 집을 보기만 했었지.

 

의사가 동그란 방에 콩처럼 조그마하게 보이는 것이 너라고 알려 주었지만,

초음파 사진을 들고 와서 한참을 들여다봐도 잘 모르겠더라.





 

임신 6주 초음파

 

사진 속 오른쪽에 씨앗 모양의 까만 방속에 네가 있고, 네가 자리를 잡은지 6주가 다 되어간다고 하는 구나.

좀 더 일찍 왔더라면 5주가 되기 전의 너를 만날 수도 있었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어.






 

임신 6주 초음파

 

씨앗방의 너를 확인하려고 이렇게 가까이 들여다 봤는데 내게 넌 마치 콩 모양의 뭉게구름 같았어.






 

임신 6주 산부인과 기록
 

산모수첩을 받아들고 나올 때 까지도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네 아빠에게 전화를 한뒤 네가 내게 왔구나 실감했었어.

 

그 뒤로 산부인과를 물색해 다니면서도 내가 네게 왔음이 믿기지 않았고,

내가 세상으로 나오는 그 날까지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그래도 네가 내게 왔음이 지금도 참 고맙고 고마워.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가 내 안에 있을 때

내 힘듦에 눌려 널 위해 더 많이 애쓰지 못함이 이제 와 너무나 미안하고 또 미안하다.

 

 


 

 

 

2009년 2월 25일 수요일


늦은 저녁 3314버스를 타고 퇴근하는 길.

내내 괜찮았던 속이 갑자기 메스껍고, 울렁거린다.

 

흔들리는 버스안에서 핸드폰을 오래도록 들여다봐 그런거라 생각하며

잠시 눈을 감고 있었더니 조금 나아지는 듯 싶었다.

집에 도착해서 저녁을 먹고, 평소처럼 노닥노닥 시간을 보내고,

다음날은 완전히 괜찮아지겠지 생각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2009년 2월 26일 목요일.


괜찮아질꺼라 믿었던 속이 전날 과음한 속 처럼 마구 헤집어지고 뒤집어진다.

몸을 일으킬 수 없을 정도로 속이 휘청거려 지각을 면할 수 있을 정도의 시간에야 겨우 일어나서

출근 준비를 하고, 겨우 출근을 했다.

 

하루 종일 퇴근시간을 기다리며 애린 속을 살살 달래고 달래며 일을 한 뒤 퇴근.






2009년 3월 2일


그렇게 며칠을 지냈음에도

 

속이 좀처럼 좋아지질 않아서 내과 방문

위가 부어있다는 의사할아버지의 말씀과 약처방

 

단, 임신이면 처방약을 먹으면 안된다는 덧붙임 말

 

병원을 나와 며칠간의 증상을 떠들어대며 딱~! 죽겠다고 하소연하니

친정 엄마는 당신이 첫아이인 날 가졌을 때와 증상이 아주 똑같다며 임신인 것 같다고...





 


 

처방약을 사면서 설마하는 마음으로 테스트기 구입.

 

그런데...

 





  

 

테스트 결과 양성....

 

약은 먹을 수 없으니 버리고...






 

임신양성

  

두 줄이 되는 걸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는데 심장이 두근 두근 뛴다.

두 줄이 되는 걸 보면서도 반신반의였다.


 

내일은 산부인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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