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2011) 9월 중순 이후로는
가벼운 하루짜리 감기만 두번 왔다 갔을 뿐이었다.
목요일(3일) 저녁 5시무렵.
아무래도 아이 노는 모습이 힘이없고, 얼굴도 살짝 벌개진 것 같다.

체온계를 가져다 열을 재어보니 39.0 깜짝 놀라 부랴부랴 준비해서
아이를 업고 병원으로 뛰었다.

서울에서 이 곳으로 이사 온 걸 아이를 업고 뛰면서 처음으로 후회했다.
세상에 소아과가 없다. 내과에서 소아과를 겸하는데 그것도 딱 한군데란다.
( 그리고 약이 아이에게 너무 독한 것을 알고 한번 더 후회했다.)

축 늘어져서 업혀 있던 아이가 고개를 들더니

"엄마 천천히 가요 " 한다.
" 엄마가 빨리가서 무서워요? " 했더니
" 아니요. 엄마 조심해요. " 한다. 가슴이 더 미어진다.

이제 겨우 30개월 되어가는 어린 것이... 한다는 소리는 애어른이다.
병원에 아이를 보이고 처방을 받고 서야 조금 내 정신이 돌아온다.

 

 

놀이터에서도 즐겁게 놀고, 집에 와서도 신나게 놀았는데...
분명 그랬는데 어느순간 아이가 자꾸 축~ 축~ 쳐진다. 그러더니 저렇게 엎드린다.
낮잠도 자지 않고, 보통 쉼 없이 노는 아이인데 이상하다.





졸린가 싶어서 재우려고 팔베개를 해주고 토닥이다보니
몸은 뜨거운데 땀이 나지 않는다.
열이 나는 건 아닌가 싶어 체온을 재보니 39.0. 얼른 알아차렸어야 하는데...
아이가 짜증을 부리지 않다고 무심한 엄마는 아이가 아픈 줄도 모른다.
워낙에 짜증도 없고, 울음도 짧은 아이라는 걸 알면서도 엄마가 머리가 나쁘다.

[ 사진은 당시 사진이 아니라 39.3도. 약도 먹던 시기인데 더 높다 -.-;; ]



아이가 열이 나면 난 늘 심장이 덜컥 내려 앉고 마음이 급해진다.
그건 아이가 딱 60일이 되던 날 39도를 넘고 40도를 넘으면서 입원을 했었던 탓이다.
그 조그마한 손에 링거를 꽂고 온갖 검사를 견뎌야 했던 그 날을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메인다.





아프니 내게 착~! 안겨서 떨어지지 않으려는 아이를 울려가며 떨어트려 놓고
어떻게 준비를 했는지도 모르게 준비를 하고, 아이를 들쳐 업고 뛰었다.

울어서 충혈 된 눈, 열에 들떠 벌개진 얼굴이 온통 " 나 아파요 " 라고 말하고 있다.





진료를 받고 나와서 처방전을 기다리는 동안 아이가 들고 온 책을 두어권 읽어준다.
열이 더 오르지 않은 모양이라 그래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아프면서 무슨 정신인지 본인이 읽은 책은 다시 원래 있던 자리에 꽂아 둔다.

J는 보통 사용한 물건이나 보고난 것은 제자리에 다시 가져다두는 습관이 있다.
엄마 혹은 아빠 물건을 건드려도 그리 개의치 않는 건 다시 보면 제자리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약국에서 약을 기다리는 J.

평소였으면 여기저기 기웃기웃 구경을 했을텐데 힘들긴 한가보다.





약을 주려고 수저에 시럽과 함께 담아보니 너무 많다. -.-;;;
" 약 안먹을래요. J 도망 갈꺼예요." 하면서 도망가지만 이내 잡혀온다.
도망 갔지만 잡혀오면 그래도 순순히 아~ 하고 받아 먹어준다.

하.지.만.

약이 너무 독하다. 나으려고 먹는 약인데 너무 독하니 다 토해버린다. 먹어봤자 도로묵이다.





해열제 먹고, 한시간쯤 뒤 약기운이 돌자 잠이든다. 열에 들떠 쌕쌕 거리는 숨소리가 안쓰럽다.





자고 일어나서도 힘이 없으니 저렇게 앉아서 티비를 본다.
평소라면 티비 앞으로 달려가서 티비 속의 그들과 교감을 나눠도 수백번은 나눴을텐데 말이다.





J는 전체적인 모습은 물론이고, 부분과 부분도 아빠를 많이 닮았다. (남들이 그런다.)
그나마 눈썹과 눈을 나를 닮았다는데, 어느날 왼쪽에 쌍커플을 만들더니
오늘은 아프다고 오른쪽 눈에도 커다란 쌍커플을 만들었다. 이젠 몽땅 아빠 모습이다.





안먹더라도 배고프면 먹겠지 주의라 아이가 있는 곳으로 따라다니며 먹이지 않는데
아프니 아예 곡기를 끊는다. -.-;;; 그러다보니 어디서든 뭐든~ 먹어주기만 하면 감사하더라.





그러다보니 수저를 들고 따라다니기 바쁘고, 좋아하는 음식을 사다 대령하기 바쁘다.
아이 아빠가 빵을 사왔는데 고작 1/3 정도 먹는다. 아이 아빠가 또 뛰어 나간다. ( 그 역시 아픈데...)
미소야에서 우동과 모밀을 사다주니 그나마 먹는 것 같이 먹어주신다.





그래도 열이 잠시 내리면 이렇게 평소처럼 노래도 불러주고,
애교쟁이 우리 아들 특유의 눈 웃음을 곁들여 수백가지의 애교 퍼레이드도 보여준다.





오늘 오전엔 열이 없었는데 기분도 좋아서는 이렇게 스케치북 찾아서 그림도 그려주신다.





병원가려고 나선 길. 열은 떨어졌지만, 목이 쉬고 기침이 많아졌다.
그래도 열도 없고 쌩쌩해 보였는데 조금 걷더니 이내 주저 앉아서 " 힘들어요. 안아주세요 " 한다.





잠시 나갔다 온 것이었는데 그나마도 힘들었는지 졸리다며 계속 업혀있겠다고 한다.
그렇게 축 쳐져 있던 아들 안자길래 카메라를 들이댔더니 너무 좋아하신다.





밤이 되니 완전히 떨어진 줄 알았던 열이 다시 오른다.
38.5도 전후라 그나마 안심은 되자만, 38도 대에선 잠을 깊이 자지 못하니 걱정이다.
게다가 기침을 하고, 목에 가래도 있어서 숨을 쉬기가 힘드니 더 못자고 몇십분 단위로 계속 깬다.

얼른 나아야 할텐데...

내일은 버스를 타고 병원을 찾아 나가야 한다.
오늘 갔던 병원이 폐업이라 공쳤으므로... 아~ 정말 욕나올뻔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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