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3월 7일 토요일

 

열심히 검색을 하고 또 해서 찾고 찾은

지금부터 네가 태어나는 그 날까지의 기록을 고스란히 담아 낼 병원을 다녀왔단다.

 

내 몸에 자리한지 6주 3일정도 되었다는 넌 0.5cm 라는구나.

 

임신 6주3일 초음파

임신 6주3일 크기

 

 

 

아직은 작은 세포 덩어리에 불과하다는데

신기하게도 네가 있는 걸 알리는 듯 심장이 뛰고 있더구나.

그것도 아주 커다란 소리로....

 

임신 6주3일 심장박동


 

 

 

콩알만한 니가 그곳에 자리하고 있다는게 신기하면서도

하루에 서너번씩 토하는 건 기본이고, 아무것도 먹을 수 없을 정도로 심하게 울렁거리는 속으로

네가 있음을 몸소 느끼는 난 안타깝게도 너무 힘들단다.

 

겨우겨우 출퇴근을 이어가고 있지만, 언제까지 가능할진 모르겠구나.

곧 괜찮아지겠지?

 

 

 

 

 

2009년 3월 3일 화요일

 

3월초였고, 또 봄이 왔다고들 했지만,

그날은 추웠고, 또 아직 녹지 않은 눈이 길 위에 널부러져 있던 때였어.

 

그 땐 미처 몰랐어.

추위를 많이 타지 않는 편인데, 그 당시 자주 춥다고 느꼈던 이유를.

나중에 알고 보니 네가 내게 왔기 때문이라고.

 

누구나 그렇다지 춥고, 어지럽기도 하고 그래서 감기로 착각하기도 하고,

 

그날 네 이모가 집으로 왔고,

그 당시 살던 곳에서 5분도 떨어지지 않은 산부인과를 찾았는데

겉에서 보기에도 허름했던 상가 건물은 안으로 들어가니 더 가관이었어.

 

진료실에서 전화통화로 사담을 나누는 의사의 우렁찬 목소리가 흘러나왔고,

간호사는 병원만큼이나 우울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고, 어쩜 난 그 날의 첫손님이었는지도 몰라.

 

기다림이 지루해질즈음에야 전화 통화를 끝낸 의사는 나를 진료실로 불러들였고,

들어가서 진료를 받으며 너를 확인했는데 그 때 난 너를 찾을 수 없었어.

다만 니가 살고 있다는 집을 보기만 했었지.

 

의사가 동그란 방에 콩처럼 조그마하게 보이는 것이 너라고 알려 주었지만,

초음파 사진을 들고 와서 한참을 들여다봐도 잘 모르겠더라.





 

임신 6주 초음파

 

사진 속 오른쪽에 씨앗 모양의 까만 방속에 네가 있고, 네가 자리를 잡은지 6주가 다 되어간다고 하는 구나.

좀 더 일찍 왔더라면 5주가 되기 전의 너를 만날 수도 있었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어.






 

임신 6주 초음파

 

씨앗방의 너를 확인하려고 이렇게 가까이 들여다 봤는데 내게 넌 마치 콩 모양의 뭉게구름 같았어.






 

임신 6주 산부인과 기록
 

산모수첩을 받아들고 나올 때 까지도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네 아빠에게 전화를 한뒤 네가 내게 왔구나 실감했었어.

 

그 뒤로 산부인과를 물색해 다니면서도 내가 네게 왔음이 믿기지 않았고,

내가 세상으로 나오는 그 날까지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그래도 네가 내게 왔음이 지금도 참 고맙고 고마워.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가 내 안에 있을 때

내 힘듦에 눌려 널 위해 더 많이 애쓰지 못함이 이제 와 너무나 미안하고 또 미안하다.

 

 


 

 

 

2009년 2월 25일 수요일


늦은 저녁 3314버스를 타고 퇴근하는 길.

내내 괜찮았던 속이 갑자기 메스껍고, 울렁거린다.

 

흔들리는 버스안에서 핸드폰을 오래도록 들여다봐 그런거라 생각하며

잠시 눈을 감고 있었더니 조금 나아지는 듯 싶었다.

집에 도착해서 저녁을 먹고, 평소처럼 노닥노닥 시간을 보내고,

다음날은 완전히 괜찮아지겠지 생각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2009년 2월 26일 목요일.


괜찮아질꺼라 믿었던 속이 전날 과음한 속 처럼 마구 헤집어지고 뒤집어진다.

몸을 일으킬 수 없을 정도로 속이 휘청거려 지각을 면할 수 있을 정도의 시간에야 겨우 일어나서

출근 준비를 하고, 겨우 출근을 했다.

 

하루 종일 퇴근시간을 기다리며 애린 속을 살살 달래고 달래며 일을 한 뒤 퇴근.






2009년 3월 2일


그렇게 며칠을 지냈음에도

 

속이 좀처럼 좋아지질 않아서 내과 방문

위가 부어있다는 의사할아버지의 말씀과 약처방

 

단, 임신이면 처방약을 먹으면 안된다는 덧붙임 말

 

병원을 나와 며칠간의 증상을 떠들어대며 딱~! 죽겠다고 하소연하니

친정 엄마는 당신이 첫아이인 날 가졌을 때와 증상이 아주 똑같다며 임신인 것 같다고...





 


 

처방약을 사면서 설마하는 마음으로 테스트기 구입.

 

그런데...

 





  

 

테스트 결과 양성....

 

약은 먹을 수 없으니 버리고...






 

임신양성

  

두 줄이 되는 걸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는데 심장이 두근 두근 뛴다.

두 줄이 되는 걸 보면서도 반신반의였다.


 

내일은 산부인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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