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결혼식에 참석해야 할 일이 있었다.
길고 긴 4시간 동안 버스를 타고 내려가야하는거라 고민이 좀 되었는데
친척 결혼식이니 나름 집안 행사였고, 또 부모님 뵌지도 오래되어서
아이도 보여드릴겸 참석을 해야겠다 싶었다.
자리가 자리니 만큼 정장을 해야해서 입고 갈 옷을
꺼내서 보니 너무 꼬깃꼬깃하여 햇볕 걸어두고 분무기로 물을 뿌려 두었다.
하루 정도 걸어 둘 것이니 그리 해두면 환기도 될 것이고,
주름도 자연스럽게 펴질 것이다.
그렇게 다음 날 차려입고 떠나야하는 상황까지 모든 걸 염두에 뒀지만,
엄마라는 내가 미처 깨닫지 못했던 사실 하나가 있었다.
아.뿔.사.
그 모습을 등 뒤에서 J가 매의 눈으로 보고 있었던 것이다.
엄마의 작업이 끝나기 무섭게 분무기를 받아든 J.
나름 말 잘듣는 아드님이라 그 당시엔
" 한번만 하는거예요 "
라는 엄마 얘기에 정말 딱 한번만 하고 끝냈었다.
그 후로 몇시간이 지나 저녁 준비하는 시간. J가 너무나 조용해 불러보았더니
침실에서 " 여기 있어요. 엄마 " 하는 J의 목소리가 들린다.
안방문을 열어서 살펴보니 우리 아들 이러고 앉아있다.
기억력 짱~!! 아드님. 하루종일 물 뿌릴 생각으로 가득했었던가 보다.
엄마의 경계가 풀어지기 무섭게 분무기를 들고 달려 간 것을 보면 말이다.
그 것도 영약하게 베란다를 통해 간 것이 아니라 침실창에 척~!! 하니 걸터 앉았다.
저 표정은 " 엄마 저 잘했어요?? " 하며 칭찬 한바가지를 바라는 표정이다.
뿌리다보면 본인에게 물이 튀니 얼굴을 돌리고 눈을 감아버리는 J
그런 네 모습이 시리도록 귀엽고 이쁘구나.
아직 고작 30개월 된 아이인지라 소근육도 덜 발달했으므로 속으로 생각할때는
' 그래 니가 뿌려봐야 얼마나 뿌리겠냐 ' ..였다.
그.런.데.
크헉... 분무기에 들어 있던 물을 다 썼다. (가아~득~ 있었는데... ㅠ.ㅠ )
결국 J의 눈과 손이 닿는 부분은 촉촉하다 못해 아주 물이 뚝뚝 떨어진다.
아주 분무기 한통을 야무지게 다 써버린 것이다.
" 아들~!! 엄마옷 내일 아침엔 마르겠지? "
그나저나 엄마옷을 초토화 시켜놓고 아드님은 아주 해맑으시군요.
너의 그 햇살같은 웃음에 엄마는 오늘도 그저 녹아내린다. ^^
다음날 아침 6시에 출발이었는데...
준비하고 부랴부랴 입은 옷은 치마 끝이 살짝 촉촉했다. ㅠ.ㅠ
뭐 여름이니 금방 마르겠지하며 그냥 입고 나간 쿨~한 엄마.
반면,
엄마옷을 초토화 시킨 아들은 아무 걱정없이 꿈속을 헤매고 있다가
아빠품에 안겨서 출발했다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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