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20일 그 날은 비가 오지 않았고 4월 21일에 비가 내렸다.

그 뒤로 처음 보는 비.

아.. 간혹 여우비처럼 볕과 함께 떨어진 그 빗방울들을 제외한다면

난 분명 게으르고, 더러움도 잘 참아내지만, 내가 참지 못하는 것이 몇가지 있다.

 

그건 욕실에서 나는 냄새와 타이 틈에 낀 모든 종류의 곰팡이들...

그리고 햇볕도 투과하지 못 할 정도로 더러운 창문...

그리고 먼지가 내려앉다 못해 켜켜이 쌓여 버린 창문틀...

 

내가 참지 못하는 그것들을 치우려면 비가 와야하는데

4월 21일 그 이후로 비다운 비가 두달동안 내리지 않더니 이번 주말 이틀동안 시원하게 내려줬다.

 

내리는 비 덕분에 베란다에 있는 모든 창과 창틀을 닦아낼 수 있었고

이젠 환해진 창문과 제 색깔을 들어낸 창틀을 볼 때마다 속이 다 시원하다.

 

 

 

 

 

 

 

 

 

 

 

 

 

 

청소하려고 베란다에 물이 차면서 온통 물바다가 되니 제일 신난 건 J였다.

기어이 본인이 호스를 잡고 물을 뿌리시겠다는 아드님.

 

누군가 사진만 쭈욱~ 본다면 신데렐라 빙의하신 J가 베란다 청소 다 한 줄 알것 같다.

 

  

 

 

 

 

J의 행동에 엄마 아빠가 동시에 외쳤었다.

 

" 거긴 안돼~!!! "

 

J의 물뿌림에 커튼까지 다 젖어 버리고, 안쪽에 쌓아둔 물건들도 물세례를 받았다.

이후로도 몇번이나 J의 물세례를 고스란히 맞아야만 했던 그 곳...

 

다행인 것은 혹시 몰라 신문으로 겹겹이 덥어두었던지라 창을 열어 바람을 들이니 금방 말랐다.

 

 

 

 

 

. 바닥을 청소하는 아빠를 위해 물도 뿌려주고, 그래도 제법이다

 

아들 모습을 바라보는 아빠는 스마일보다 더 커다랗고 행복한 미소가 한가득이다.

 

  

 

 

 

 

 엄마가 물을 쓸어내고 있던 비를

 

" 엄마, J도 청소 해볼래요. "

 

하고는 허락도 떨어지기 전에 빼앗아 들고는  바닥도 쓸겠다며 비를 들고 왔다 갔다 한다.

 

 

 

 

 

비를 뺏긴 엄마는 이제 더러운 창틀 때 좀 벗겨 보겠다고 물 뒤집어쓰며 창틀 청소에 열을 올리는데

매의 눈으로 그 모습을 지켜 본 아들. 곧 바로 비는 던져버리고 엄마의 만능 솔을 빼앗아 든다.

 

모방에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J.  폼 한번 제대로다.

 

 

 

 

 

한참을 첨벙첨벙 다니더니 바지는 홀짝 젖어버린지 오래다.

벗자고 해도 고집을 피우는 고집쟁이 J.

 

옆 모습에서도 느껴지는 저 함박웃음.

 

 

 

 

 

비가 오고 찬바람이 들어서 추운데 젖은 옷을 입고 있는 아들을 보는

엄마랑 아빠의 걱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J는 그저 신났다.

 

이젠 바닥의 구정물까지 손으로 만져보고 첨벙첨벙하며 신났다.

 

 

 

 

 

앗~ J의 매의 눈에 또 걸렸다.  엄마의 만능 솔과 함게 이젠 대야도 J의 차지.

 

물을 담고 부어버리기를 벌써 몇번... 이 대목에서도 엄마아빠는 애타게 외쳤었다.

 

 " 아니야~ 아니야~ 버리지마 엄마 쓸꺼야~ 아빠 쓸꺼야~ "

 

엄마 아빠는 하루종일 청소를 해야하는 건 아닌가 걱정스러우면서도 J의 그 몸짓들에 웃는다.

 

  

 

 

 

 

 

청소도구를 골고루 섭렵해나가는 우리 아드님. 이젠 아빠의 유리창 닦기에 꽂혔다.

어쩐지 그냥 넘어갈 네가 아닌데 그냥 넘어간다 싶었다.

 

손잡이도 길고 앞에 걸레는 물까지 먹어서  나름 무거울텐데 어디서 저런 괴력이 나오는 건지...

 

 

 

 

 

 

힘차게 들고와서 물을 묻히더니 힘들었는지 돌아갈 땐 밀면서 간다. -.-;;

제자리로 돌아가서는 아빠가 닦던 창을 마저 닦는데 폼 하나는 유리창 닦이가 따로 없다.

 

줄 매달아주면 창밖에 매달려서도 닦아낼 폼이다.

 

누가 보면 엄마 아빠가 아가 J를 신데렐라 부려먹듯이 마냥 부려먹는 줄 알겠다.

 

    

 

 

 

 

신나게 가지고 놀던 창문 닦는 밀대를 갑자기 아빠에게 주더니, 대야에 물을 담는다.

 

 

 

 

 

 

물을 담더니 주저 앉아서 들어보려다가 아무래도 무리다 싶었는지 저렇게 밀고 간다.

 

영재돋는 아드님이시다. -.-^

 

 

 

 

 

 

가져가더니 아드님이 주저앉아 하시는 저것은...

 

 

 

 

 

 

바로 ...

 

J가 호스로 물뿌리는 것을 하도 좋아하길래 이걸로 뿌리고 놀라고 갖다 줬더니

저걸 보자마자 밀대는 이제 관심 밖이라며 아빠에게 던져주시고, 물놀이 셋팅을 하셨던 것이다.

 

 

 

 

 

 

저 물놀이는 뭇 엄마들의 간증을 듣고 나의 제자가 어린이날 선물로 J에게 사다 준 물놀이.

 

저 물놀이를 할때면

 

" OO누나가 사다준 물놀이~ 물놀이~ "  이러면서 논다.

 

완전 우습지만 아주 사랑스럽고 귀엽돋는다. ^^

 

이젠 선물 받은 물건은 누구에게 받았는지 정확하게 기억하는 개월수가 된 것이다.

 

 

 

 

 

 

 

요건 씨우메이 이모가 바다 건너 보라카이에서 J를 위해 공수해 온 물고기 신발.

지금은 발에 잘 맞는데 네가 너무나 사랑하는 신발이다보니 작아지는 그날이 엄마는 무척이나 아쉽구나.

 

아들아 너무 아쉬워하지마 엄마가 작아지면 펠트로 어찌 만들어볼께~

이거 사러 보라카이를 갈 순 없지 않겠니?? ^^

 

물고기 신발 신고 물만난 고기마냥 청소하는 내내 즐거웠던 J

 

 

 

 

 

청소를 시작할 때부터 빗 속에 같이 머무르며 얼른 나오려고 반짝이며 서두르더니

청소가 끝나자 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방긋 떠올랐다. 

 

조금씩 조금씩 밖이 환해지더니 언제 비가 왔었냐는 듯 구름마저 거둔 하늘이 되어버린다.

 

그 볕을 놓칠새라 창틀에 J의 사랑스러운 물고기 신발을 보송보송해지라며 널어둔다.

 

 

 

 

 

그 옆으로 엄마 아빠 신발도 쪼르륵~!!

 

물이 뚝뚝 떨어지는 신발 위로 해가 비치니 마치 우리 가족이 맑아진 것 마냥 기분이 좋아진다.

 

 

 

 

 

청소끄읕~!!! ^^

 

 

 

 

 

 

 

청소를 끝내고 우린 폭풍 식사모드에 들어갔고,

그 날 하루는 그 뒤로 온전히 쉬었다. ^^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