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댁에 일이 있어서 신랑이 이틀 휴가를 내고 함께 내려갔다.
우리 부부에겐 차도 없지만 면허도 없으므로 내려가는 길은 항상 버스를 이용한다.
두 좌석을 예매하고 아이는 항상 안고 탔었는데 올해는 그럴수가 없다.
부쩍 커버린 아이인지라 안고 타니 이젠 " 엄마 힘들어요. " 라고 말한다.
그래서 이젠 세자리를 예약한다.
어느새 이만큼이나 커서 한자리 떡하니 차지하고 앉는 J.
마냥 품속에 넣고 있어야하는 아기 같은데 이렇게 보니 정말 많이 컸다.
언제쯤 우리 부부에게 차는 둘째치고 면허라도 생길까?
움직여야하는데 기동성이 떨어지니 여러모로 불편하다.
혼자일때보다, 그리고 아이가 어릴때보다 그 불편함이 조금 더 큰 것 같다.
" 안전 앞에 늘 겸손하세요! " 라는 문구가 와닿아서 찍어봤다. 겸손하자 제발...
항상 자리 두개를 예매하고 엄마나 아빠에게 안겨 있었는데 이젠 그럴수가 없다.
J가 벌써 이만큼이나 많이 컸다는 것이다.
올해부턴 J도 성인요금의 50%를 내고 당당히 본인 자리를 차지하고 앉는다.
J는 태어나서 백일만에 대중교통을 이용했는데 J의 백일이 설이었던 탓이다.
차가 없는 부모 덕에 대중교통을 자주 이용했던 탓인지 J는 꽤 익숙하게 잘 견딘다.
물을 달래서 빨대를 끼워서 주겠다고 했는데 꼭 저렇게 먹어야한댄다.
얼음물이라 흘리면 옷도 젖지만 놀랠까봐 걱정하는 엄마 마음은 모르고 고집을 부린다.
결국 J의 WIN~! 그래도 그런 네 모습까지도 사랑한단다.
아빠가 찍어 준 사진에 엄마가 살짝 나와서 스티커로 엄마를 꽁꽁 가려본다.
J에겐 세상 모든 것이 아직은 신기하다. 앉아서 이것저것 만지작 만지작...
얼마나 에어컨을 빵빵 틀어놨는지 탈 때부터 싸늘한 기운이 감돌더니 이젠 버스안이 아주 춥다.
싸늘한 기운에 오르자마자 에어컨 입구를 꽉~! 닫았지만, 우리만 닫는 건 효과가 미약하니까...
짧은 반바지를 입은 J의 드러난 살이 차갑다. J의 아빠가 티를 꺼내서 덮어준다.
그럼 그렇지~! 본인 자리에서 다 놀았다며 엄마의 무릎으로 오고 싶단다.
이렇게 꼭 한번씩 엄마 무릎으로 달려와 안기지만
보통 4시간 중 3시간 정도는 안전벨트하고 혼자 앉아 있는 기특한 아들이다.
입안 가득 김밥이 들어있다. 배가 고팠던지 김밥을 주니 폭풍흡입한다.
엄마도 그리고 아빠도 보조개가 없다. 그런데 J는 양쪽에 모두 보조개가 있다.
도대체 어디서 가져온 것일까? 분명 가족 누군가에게서 얻어온 것일테지만 볼 때마다 신기하다.
김밥 먹고 배가 조금씩 불러오니 보조개까지 넣어가며 아주 행복하게 웃어준다.
아빠 옷이 입고 싶었던가보다. 입혀달래서 낑낑대며 입혀놓고 나니 아주 귀엽다. ^^
J의 얼굴이 울상이다 금방 눈물을 뚝뚝 떨어질 것 같다.
J가 심각해진 이유는 엄마가 이제 김밥이 없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 엄마, 김밥 또 먹고 싶어요. 더 만들어주세요. " 라고 말하는 J가 안쓰럽다.
지금은 없어서 먹을 수 없으니까 조금있다 버스가 멈추면 그 때 맛있는 것 먹자고 달래보지만 소용없다.
J에게 그건 너무 먼 미래라 안중에도 없는 것이다. J에겐 지금이 중요하다.
J가 짜증이나 울음이 길지 않은 것은 정말 다행이다.
금방 환한 얼굴로 돌아와서는 엄마 무릎에서 한참 놀다가 자리로 돌아간다.
자리에 앉았는데 J의 오른쪽 자리에 앉은 아빠가 부스럭부스럭 뭘 꺼낸다. 매의 눈을 가진 J.
" 아빠, 지금 뭐 먹었어요? "
라는 한마디로 아빠가 먹으려고 집에서부터 가져온 과자를 득템.
덕분에 아빠과자는 몽땅 J 차지가 되었다.
J가 뭐한다고 먹는 걸 다 찍냐며 바라본다.
J 아빠는 양쪽에 쌍꺼풀이 있고, J 엄마는 한쪽에만 얇고 작아 티도 안나는 속쌍꺼풀이 있다.
J는 일주일 중 3일은 양쪽에 쌍꺼풀이 있고, 나머지 4일은 저렇게 왼쪽에만 쌍꺼풀이 있다.
분명 나중엔 둘중 하나로 자리 잡을텐데 어느쪽일지 무척 궁금하다.
엄마 욕심엔 균형을 맞춰 양쪽다 쌍커플이 있으면 좋겠는데 어찌 될지...
김밥도 먹고, 아빠 과자도 먹고, 이젠 우유도 먹는다. 먹은 양이 완전 한끼 식사다.
감은 두눈을 만들고 활짝 웃어주는 J. 너의 그 웃음 덕분에 엄마도 함께 웃는다. ^^
두시간여를 달려오니 버스가 드디어 휴게소에 멈춘다.
J는 화장실도 가야하고, 쉬는 시간이 아주 바쁘다. 고구마스틱도 사고, 호떡도 샀다.
버스가 출발하기 전에 의자에 앉은 J에게 안전벨트를 채워준다.
남이 만들었든, 엄마가 만들었든 음식 맛에는 아주 냉정한 J.
" 이건 맛이 없어서~ "
라고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며 먹던 음식은 거부한다.
호떡을 한입 먹더니 맛이 없다며 엄마나 먹으랜다. 먹어보니 정말 맛이 없다. -.-;;;
먹는 양이 많지 않은 J에겐 폭풍섭취란 없다. 그런데 이날은 버스에서 계속 먹었다.
사실 그래봐야 얼마되지 않는다.
먹는 것은 물론 다른 것에도 왠만해선 욕심을 부리지 않는 아들.
엄마도 같이 먹자며 고구마스틱을 내민다. 아들 챙겨준 덕분에 배부르다.
그래서 살이 자꾸 찌나봐. 고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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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가 두돌 전 시내버스에서 어떤 아줌마가 치즈를 먹는 J에게 그랬다.
" 아줌마도 줘 "
입에 넣은게 마지막치즈였던 J. 생각하더니 입에 있던 걸 꺼내서 아줌마에게 준다.
아마 싫다는 말을 기대했을 아줌마 굉장히 당황하셨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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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치며 먹다가 고구마스틱을 다 쏟더니 금방 울상이 된다.
아빠가 사태 파악하고 얼른 주워 담아주니 또 금방 좋다고 웃는다.
그 후 우린 두시간 정도를 더 달려서 목적지에 도착했다.
투정없이 잘 있어줘서 J에게 늘 고맙다. ( 그래서 면허를 못따는 건가? -.-;; )
네가 어릴땐 언제 커서 엄마라고 말해줄까 기다렸고,
그 후엔 언제쯤 기어다닐까 언제쯤 걸을까 언제쯤 재잘재잘 얘기할까 생각했는데
지금은 그 모든 것을 하고 있는 너.
가는 시간을 붙잡을 수도 없는데 넌 너무 빨리 크는구나.
네가 크는게 사랑스럽고 예쁘면서도 빨리 크는 네가 너무나 아깝고 아깝다.
꼭 너를 놓쳐야하는 시간이 너를 날려 보내야하는 시간이 자꾸 가까워만 지는 것만 같아서...
너에게 엄마가 늘~ 말하지만 엄마는 네가 있어서 정말 행복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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