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3월 3일 화요일

 

3월초였고, 또 봄이 왔다고들 했지만,

그날은 추웠고, 또 아직 녹지 않은 눈이 길 위에 널부러져 있던 때였어.

 

그 땐 미처 몰랐어.

추위를 많이 타지 않는 편인데, 그 당시 자주 춥다고 느꼈던 이유를.

나중에 알고 보니 네가 내게 왔기 때문이라고.

 

누구나 그렇다지 춥고, 어지럽기도 하고 그래서 감기로 착각하기도 하고,

 

그날 네 이모가 집으로 왔고,

그 당시 살던 곳에서 5분도 떨어지지 않은 산부인과를 찾았는데

겉에서 보기에도 허름했던 상가 건물은 안으로 들어가니 더 가관이었어.

 

진료실에서 전화통화로 사담을 나누는 의사의 우렁찬 목소리가 흘러나왔고,

간호사는 병원만큼이나 우울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고, 어쩜 난 그 날의 첫손님이었는지도 몰라.

 

기다림이 지루해질즈음에야 전화 통화를 끝낸 의사는 나를 진료실로 불러들였고,

들어가서 진료를 받으며 너를 확인했는데 그 때 난 너를 찾을 수 없었어.

다만 니가 살고 있다는 집을 보기만 했었지.

 

의사가 동그란 방에 콩처럼 조그마하게 보이는 것이 너라고 알려 주었지만,

초음파 사진을 들고 와서 한참을 들여다봐도 잘 모르겠더라.





 

임신 6주 초음파

 

사진 속 오른쪽에 씨앗 모양의 까만 방속에 네가 있고, 네가 자리를 잡은지 6주가 다 되어간다고 하는 구나.

좀 더 일찍 왔더라면 5주가 되기 전의 너를 만날 수도 있었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어.






 

임신 6주 초음파

 

씨앗방의 너를 확인하려고 이렇게 가까이 들여다 봤는데 내게 넌 마치 콩 모양의 뭉게구름 같았어.






 

임신 6주 산부인과 기록
 

산모수첩을 받아들고 나올 때 까지도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네 아빠에게 전화를 한뒤 네가 내게 왔구나 실감했었어.

 

그 뒤로 산부인과를 물색해 다니면서도 내가 네게 왔음이 믿기지 않았고,

내가 세상으로 나오는 그 날까지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그래도 네가 내게 왔음이 지금도 참 고맙고 고마워.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가 내 안에 있을 때

내 힘듦에 눌려 널 위해 더 많이 애쓰지 못함이 이제 와 너무나 미안하고 또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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