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4월 16일 목요일 ( 임신 12주 )
고작 며칠 먹지 못하고, 토했을 뿐인데 몸무게가 쭉쭉 빠진다.
결혼하고 5kg 정도가 쪘는데 임신 후 입덧으로 4kg 가량 빠졌다.
임신 중이라 좋아할 수도 없고 참 난감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콩알이는 신기하게도 탈 없이 잘 크고 있다는 것이다.)
도통 뭘 먹지 못하겠고 힘도 없어서 몸도 마음도 편해져 보려고 친정으로 내려왔다.
고등학교까지 20년을 살던 곳이라 그런지 마음도 편하고, 공기는 서울과는 차원이 다르게 좋고,
엄마가 차려주는 밥 먹고, 아빠가 비싼 돈 주고 사온 과일 먹으면서 뒹굴뒹굴해서 그런지 속도 조금 편하다.
4월에도 눈이 올 정도록 겨울이 길고 워낙 추운 곳이라 아직 한 낮에도 조금 싸늘하고, 밤엔 춥다.
달갑지 않은 싸늘함 이었은데 이번엔 그 싸늘함이 반갑다. 차가운 공기가 속을 편하게 하는 것 같아서...
먹고 다시 토하는 건 여전하지만 서울에 있을 때 보다는 횟수가 반으로 줄었다.
할미꽃 피어나는 시기가 4월이라는데 추위를 뚫고 용케 개화시기 맞춰서 올라 온 할미꽃.
해발이 높고 추워서 꽃피는 시기가 다른 곳보다 늦는 편이라 가까운 전주가 꽃이 질 무렵에야 피기 시작하는데
할미꽃이 제 시기를 딱 맞춰서 뾰족한 얼굴을 내밀고 있으니 그저 신기하다.
2009년 4월 19일 일요일 ( 임신 12주 3일 )
주말을 맞아 신랑이 일주일 못본 나의 안녕함을 보려고 친정으로 내려와서 함께 산책에 나섰다.
워낙 작은 동네라 동서남북 100m면 나들이가 끝난다.
친정에 오면 항상 내가 다녔던 유치원도 함께 있는 초등학교엘 가본다.
중, 고등학교도 근처인데 어쩐지 초등학교만 자주 와보게 된다.
게다가 중, 고등학교가 내가 다니던 때의 모습 그대로라면
초등학교는 오히려 내가 다닐 때의 모습은 하나도 남아 있지 않은데 내 안의 느낌은 정겹고 따뜻하다.
그 많던 주변 분교들이 학생수가 자꾸 줄어들어 하나둘 폐교가 되어 그 곳 아이들을 다 흡수했음에도
내가 다니던 시절보다도 학생수도 적다. 이 곳마저 사라지는 것은 아닐까 싶고 안타깝다.
말은 쉬고 싶어서 친정에 내려왔다지만 사실 오래 있을 순 없다.
시집 간 딸은 분명 품안에 있던 자식과는 또 다른 느낌일테니, 오래 있으면 부모님도 힘드실테고, 신랑도 걱정이다.
또 돌아오는 주말인 26일엔 시댁 행사가 있어서 시댁에 들러 행사에 참석도 해야한다.
대학에 들어간 후 늘 아르바이트에 치여 친정에 오래 머물렀던 적이 없었다. 길어야 일주일도 채 안되었다.
고등학교 졸업 이후 처음으로 친정에 가장 오래 머무르는 것 같다. 다음주까지 2주가량을 머무르니 말이다.
올라가면 내 입덧도 조금은 나아지길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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